삶의 모든 영역에 그리스도의 왕권을 높이라(02)_문화명령과 구속 (창 1: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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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09-22본문
삶의 모든 영역에 그리스도의 왕권을 높이라(02)
문화명령과 구속 (창 1:26-28)
지난주에 우리는 오늘날 이 시대가 하나님을 떠나 인간을 높이는 문화 속에서 무너져 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기독교는 공적 영역에서 점점 배척당하고 물러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신앙이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기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왕 되심을 깨닫고, 그리스도의 왕 되심을 높이는 그 나라 백성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 우리 시대를 이기기 위한 우리의 길은,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왕권을 높이는 것입니다.
문화 명령 —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로 부름받은 인간
이와 같은 말씀들은 성경의 가르침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문화 명령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성경 말씀이 바로 이 문화 명령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문화 명령이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하나님을 대신하여 창조된 이 세계의 대리적 왕권, 곧 위임된 권세자로서 통치자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축복하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땅에 충만하게 된 인간은 땅을 정복하고 하늘과 바다와 땅에 있는 모든 것을 다스리는 사명을 가진 존재가 되었습니다. 인간은 그의 삶 자체가 문화입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원리들을 파악하고 땅에 있는 모든 자원들을 활용하여 인간의 삶을 더욱 아름답고 윤택하게 발전시켜 나아가되, 그 모든 일 속에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통찰을 가지고 이 일을 감당합니다.
타락과 문화의 변질
문제는 인간이 범죄하고 타락하여 하나님을 떠난 것입니다. 그로 인해 이 축복이 변하여 저주가 되었고, 인간은 타락한 문화 속에 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문화가 되어야 했건만, 오히려 하나님을 배척하는 문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개인에게는 불안이 끊임없이 나타났고, 국가와 국가 사이, 부족과 부족 사이에는 전쟁이 그치지 않았으며, 이 싸움은 심지어 가족 안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성경은 이와 같은 타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한 가정에서 누구보다 가까운 형제 사이에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습니다. 그 후 가족이 해체되고, 부족이 해체되고, 나라가 해체되는 일들이 이어졌습니다. 흩어짐을 면하려고 바벨탑을 쌓았지만 하나님께서 그 불순종을 심판하셨습니다. 바벨탑을 무너뜨리시고 모였던 인간들의 언어를 뒤섞어 뜻이 통하는 자들끼리 뿔뿔이 흩어지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은 잠시도 편함이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성속 이원론과 세속주의의 함정
오늘날 우리는 이런 세계 속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원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 안에서, 교회 안에서 가진 이원론적 세계관을 성속 이원론이라고 합니다. 교회와 세상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거룩하지만 세상은 타락했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 우리끼리만 잘 지내야 한다'라는 생각입니다. '세상의 삶은 썩어질 세상 것이다. 교회 안에서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것이 최고다'라는 생각이 바로 성속 이원론입니다. 반면 세상은 오직 인간만이 최고라는 세속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인간이 주체가 되어 자기의 운명을 개척하고 사회를 스스로 이루어 간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이 교회와 세상 속에 각각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문화의 타락으로 인하여, 그리고 그 문화를 바라보는 우리 사고의 한계로 인하여 일어난 일들입니다.
문화 명령은 폐지되지 않았다
오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문화 명령은 인간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폐지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타락했음에도 하나님께서 인간을 즉시 멸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고대 세계 초기의 인간들은 900세 이상의 장수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는 타락한 인간이 그런 생명을 누릴 수 있었겠습니까? 그것은 그들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과 은혜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의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부족하고 문제가 많을지라도, 인간의 문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삶을 버리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문화 명령을 주셨고, 타락으로 인하여 그것이 손상을 입었을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구속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영혼과 삶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놀라운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리스도의 구속을 통하여 문화는 회복되고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다면, 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문화 명령의 사명이 여전히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사실과,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우리의 영혼이 구원받듯 인간의 문화도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네덜란드의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은총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완성한다." 하나님의 은혜가 살아 있다면 이 세상은 파괴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이것을 다시 회복시키시고 완성시키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에 대하여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께서 임하신다면 교회가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듯, 세상도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 카이퍼 — 시대를 이긴 삶
이번 주간에 아브라함 카이퍼라는 인물에 대해 더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분이지만, 그의 삶을 좀 더 살펴보면서 오늘 우리의 삶이 바로 이런 삶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1837년에 태어나 1920년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네덜란드의 정치가이며 신학자이며 교육자였습니다. 정치적으로는 1879년에 반혁명당을 창당하였습니다. 여기서 '혁명'은 프랑스 대혁명을 의미합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구체제를 붕괴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열면서, 하나님까지 버리고 인간을 최고로 여기는 세속 국가를 만들어 나간 사건이었습니다. 카이퍼는 바로 그와 같은 세속적 가치관에 맞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성경적 진리를 정치의 기초로 삼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하나님의 주권을 이 땅에 이루려는 사명을 평생 감당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그가 시도한 일은 1880년에 암스테르담에 자유대학을 설립한 것입니다. 그 목적은, 하나님의 구속을 받은 거듭난 사람이 학문의 세계에서도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학문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기계적 학문은 전혀 다릅니다.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학문은 논리적 합당성만을 따질 뿐입니다. 그러나 경건한 하나님의 사람의 학문은 그 방향과 목적이 전혀 다릅니다. 자유대학의 설립은 신학교를 세우자는 것이 아니라, 일반 학문의 세계에서도 경건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야 한다는 정신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카이퍼는 하원 의원을 여러 차례 지냈고, 자유대학 설립 20여 년 후에는 네덜란드 수상을 두 차례 역임하였습니다. 70세 생일에는 국가적으로 축하하는 행사가 열릴 정도였습니다. 그가 평생을 바쳐 헌신했던 것은 하나님의 주권과 성경적 가치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
카이퍼의 생애를 바꾼 세 번의 계기
첫 번째 계기는 대학 시절의 논문 현상 공모였습니다. 종교 개혁 당시의 신학자 라스코에 대한 논문을 쓰기로 했으나, 네덜란드와 유럽의 모든 도서관을 뒤져도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막막한 상황에서 한 교수의 소개로 목사님을 찾아갔는데, 그 목사님은 라스코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후 다시 방문하였더니, 책상 위에 라스코의 책들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그 목사님의 서재에 유럽 어느 도서관에도 없던 바로 그 책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카이퍼는 이 일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였다고 합니다. '아,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역사하시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는 그 현상 공모에서 수상하였고, 이후 그 논문을 발전시켜 라스코와 칼빈의 교회론 비교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완성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교회가 무엇이며,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계기는 약혼녀가 선물한 영국 소설이었습니다. 『레드클리프가의 상속인』이라는 책으로, 국내에는 완역본이 없고 최근 전자책으로 일부 소개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분노와 교만이라는 성격적 결함과 씨름하며,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로 점차 변화되는 삶을 살아갑니다. 사촌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고 약혼까지 깨어지는 고난을 겪지만 원망하지 않고, 결국 자신을 해친 그 사촌이 말라리아로 죽어 가자 달려가 간호하다가 자신이 그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납니다. 살아난 사촌은 그 모든 일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하나님 앞에 나아가 새로운 사람이 됩니다. 카이퍼는 이 소설을 읽으며 회심하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용서와 섬김이라는 덕목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도한 것입니다.
세 번째 계기는 첫 목회지에서의 경험이었습니다. 26세에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시골 마을의 작은 교회로 부임하였는데, 성도들은 이 젊은 목사님을 사랑하면서도 한 가지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복음에 대한 깨달음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성도들은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였고, 그 시골 목회 기간 동안 카이퍼는 복음을 깨닫게 됩니다. 복음이 온 세상을 통치하시는 왕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때 그의 평생의 방향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나의 평생의 소망은 그리스도께서 교회와 가정과 사회와 이 세상에서 왕으로 통치하시는 일, 그 일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우리가 나아갈 길
변화된 심령이 복음으로 정신 세계와 사상을 바르게 정립하여 그 시대의 모든 시대정신을 이겨내고 승리한 이 사람의 삶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낙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우리의 정신 세계를 새롭게 하고, 우리의 사상을 바르게 정돈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정신 세계와 사상은 성경에 근거하고,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근거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자책하며 교회 안에서 눈물만 흘리기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주신 구원의 은혜를 기쁨으로 마음에 새겨, 세상에 복음을 증거하며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고 그리스도의 통치를 받는 나라의 백성으로서 능력 있게 살아가는 것을 원하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기도의 내용이 단지 '예수 잘 믿게 해 주세요, 교회 잘 나오게 해 주세요'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기도해야 할 것은, 다음 세대가 성경에 근거한 분명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정신 세계에 품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우리 자신도 지금 힘써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온 세상의 왕이십니다. 그리스도의 통치는 교회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통치는 세계 만물에 영광스럽게 임하고 있습니다. 공적 영역에서 성도들이 스스로 물러나서는 안 됩니다. 직업의 현장에서, 문화적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스스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그 모든 영역에서 언제나 "그리스도는 나의 왕이시며, 바로 이곳의 왕이시다"라고 고백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분이 우리보다 앞서 가시니, 우리는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그리스도의 군병이 되어야 합니다. 이 땅에 그리스도의 영광을 나타내어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드러내고, 하나님 나라의 참된 문화를 건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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